910

[DX3rd/쿠온쥰지]케이크

2020. 9. 13. 12:32

2020-07-01에 썼음 단거먹고싶다

케이크가 너무 먹고싶어서 썼는데 어쩌다 이렇게 길어진거지

https://twitter.com/nio_trpg/status/1277899186717904898

이 썰에서 추가로 보고싶은 장면 있어서 씀


 사립 세이토쿠칸 고교에 등교 후 명분상 어쩔 수 없이 하는 HR 시간이 끝나고 옥상. 아사이 쥰지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직사광선이 옥상을 달궈 매우 더워 죽겠지만 그늘을 피하러 움직이긴 귀찮으니 아사이 쥰지는 그대로 햇빛을 맞고 있었다.

 

 

 “아…….”

 ‘덥다. 아침을 안 먹어서 그런가, 입이 심심하네. 매점이나 갈까. 흠, 그건 좀 안 당기는데.’

 쥰지는 몸을 뒤척이며 단 음식을 생각해봤다.

 

 

 ‘딸기잼, 크레페, 파르페, 초콜릿…은 좀 그런데. 기별도 안 가. 빼자. 케이크…… 먹고 싶다. 하지만 생일도 아닌데 어떻게 먹지, 카페에 가봤자 점원 녀석, 근성이 없어서 나 같은 남고생에게 쫄기나 할 거라고.’

 

 세토쿠 번장 이전에 흔한(?) 고등학교 3학년이니 쫄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는 아사이 쥰지였지만 ‘그 세토쿠 번장’이라는 간판─지금도 서열 따위엔 여전히 관심 없다─을 짊어진 불량학생이란 건 잊고 있었다. 이제 그럼 어떻게 하냐. 라고 생각하며 햇빛에 노릇노릇 익어가던 찰나, 저보다 더 익어가고 있는 검은 고양이가 헥헥거리며 느리게 날아왔다. 이런 고양인 베이시티에 단 하나뿐. 쿠온이었다.

 

 

 ‘마침 잘됐어. 오자마자 케이크나 먹자고 해야겠다. 종종 주스나 단 걸 먹었으니 설마 케이크를 싫어하진 않겠지.’

 

 

 길고 북슬북슬한 털을 지닌 고양이 모습은 그 누가 봐도 더위에 푹 쪄보였다. 개구호흡을 하며 숨을 거칠게 내쉬던 쿠온은 힘을 잃고, 쥰지의 품에 털썩 떨어져 쓰러짐과 동시에 이펙트로 위장했던 동물 모습이 풀렸다.

 

 

 ‘낮인데도 바로 안겨 오다니, 역시 대담한 여자군.’

 

 

 쿠온은 혼자서 자신을 때려눕힐 정도로 강하고, 사귀지도 않았는데 남 앞에서 키스할 정도로 대담한 데다가 지금은……. 좀 망가졌지만 뭐 어때, 자신만 보고 있으니 쥰지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이것저것 하고 싶지만 지금은 케이크가 먹고싶다. 케이크 먹으러 가자고 말하고 수락하면 가까운 곳에 어서 데려가야지.’

 

 “여어……. …너, 케이크 좋아하냐.”

 “더워……. 어? 뭐, 싫어하진 않는데……?”

 “훗, 역시. 그럼 가자.”

 “어……? 뭐, 뭘 야 잠깐-”

 

 

 아사이 쥰지는 쿠온을 안아들고 일어나 디멘션 게이트를 만들어 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게이트를 통과한 뒤 도착한 곳은 뒷골목. 정확히는 서쪽 출구 5번가였다. 아무리 번화가라도 뒷골목이라 그런지 사람은 없었다.

쥰지는 들고 있던 쿠온을 내려준 후 곧장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케이크를 팔던 것은 들어오면서 확인했다.

 

 

 “뭐든 상관없어, 골라.”

 “어차피 내가 사잖아…….”

 “나도 한둘 정도는 살 수 있다고.”

 “……그래…….”

 

 

 쿠온과 쥰지는 케이크 다섯 가지를 골랐다. 세 개는 아사이 쥰지가 고른 것. 각자 초코 케이크, 레드벨벳 케이크, 마지막으로 딸기 생크림 케이크 였다. 쿠온은 맛이 겹치지 않도록 적당히 무난한 케이크 하나와 식사를 겸하기 위해 당근 케이크를 주문했다.

 

 

 ‘정말 먹고싶었나 보네.’

 

 

 쥰지의 심정은 서로 혀를 섞어 쥰지의 타액을 맛보지 않아도 확연히 티가 났다. 쿠온에게 만큼은 그랬다.

 

 케이크랑 곁들일 음료─쿠온이 샀다─를 주문하고 얼마 뒤, 쿠온과 쥰지의 앞에 케이크 다섯 개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 나왔다. 쿠온은 쥰지가 커피를 잘 마시는진 모르니 입맛에 맞을까 걱정되긴 했지만 뭐, 같은 거 마시겠단 건 본인이니까. 쿠온은 제 몫의 당근케이크를 느긋하게 먹으며 정말 진지한 모습으로 케이크를 먹는 쥰지를 구경했다. 남이 보면 불쾌하고 심각한 표정이지만 쥰지의 옆에 꽤 오래 있어본 쿠온에겐 지금 고대하던 단맛을 음미하며 최대한 오래 곱씹으려고 노력하지만 서툰 남고생의 모습이었다.

 

 

 ‘역시 어린애라니까.’

 

 

 아, 입가에 크림이 묻었네. 쿠온은 말없이 몸을 일으켜 쥰지의 입가에 묻은 크림을 슥 닦아 제 입에 가져갔다. 흠, 이거 딸기 생크림인가. 하지만 쥰지에겐 쿠온의 행동은 무례했던 걸까. 포크를 문 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어이, 내가 애송인줄 아나?”

 

 

 물론 쥰지의 말에는 ‘그냥 묻었다고 하면 될걸, 왜 갑자기 일어나서 닦는 건데? 근데 그걸 먹는건 또 뭐야?? 유혹하는 거냐? 아니면 날 놀리는 건가?? 아무리 스물여섯이라도 그저 난 애로 보이는 거냐??’ 라는 혼란스러운 쥰지의 속마음이 포함된 거지만, 쿠온은 알지 못했다. 거기까지 읽을 생각도 못했고.

 

 

 “……”

 

 

 쥰지에게 ‘애송이가 아니면 뭔데’라는 말을 말해보고 싶었지만 그러면 정말 삐져서 이 가게가 난리날 것 같으니 참았다. 쿠온은 일단 자리에 앉고 말없이 어깰 으쓱였다. 묵비권이었다.

 

 

 ……두고 봐라.”

 “마음대로.”

 

 

 둘은 멈췄던 포크를 놀렸다. 이 전개면 나가면 당장 싸울거 란 걸 감으로 알아챈 쿠온이었다. 토라졌다면 어쩔 수 없지. 받아주자. 힘 조절이 안돼 한방에 때려눕힐지도 모르겠지만 쥰지가 그 정도로 주저앉진 않을거라 생각하며 쿠온은 당근 케이크 일부를 잘라 쥰지에게 건넸다.

 

 

 “잘 먹어야 크지, 안그래……? 쥰 군.”

 “…….”

 ‘이런 건 누구한테 배운거냐. 미치겠다.’

 

 

아사이 쥰지는 쿠온 와타네가 건넨 당근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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